고양이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배운 FIP 이야기
처음 우리 집에 온 작은 고양이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이름은 루비였는데 생후 6개월 정도 되었을 때부터 이상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욕이 줄어들더니 점점 몸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해보니 복수가 차있었고, 그 원인이 바로 FIP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FIP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의사는 평균 생존기간이 몇 주에서 몇 달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지며 자료를 찾아보고 전문가들과 상담하면서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항바이러스제인 GC376과 GS-441524라는 약물이 실험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GS-441524는 많은 사례에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약물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승인된 것이 아니었기에 구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해외에서 약물을 구입해 치료를 시작했다. 하루에 한 번 주사를 놓아야 했는데 처음에는 무척 두려웠지만 곧 익숙해졌다. 놀라운 것은 치료를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나면서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복수가 줄어들고 식욕이 돌아왔으며 활동량도 점점 늘어났다. 12주의 치료 과정을 마친 후에는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다.
FIP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형으로 발생한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어릴 때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만 대부분은 가벼운 장염 정도로 끝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바이러스가 변이하여 FIP를 일으키는데, 이는 면역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다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면역매개성 질환이다. 그래서 치료가 어려웠던 것이다.
GS-441524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의 RNA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작용한다. 초기에는 많은 의학자들이 회의적이었지만 실제 임상시험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다만 모든 고양이에게서 같은 효과를 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또한 치료 도중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했다.
루비의 경우 치료 중간에 간수치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조절이 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치료였다. 많은 보호자들이 초기 증상을 알아채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복수가 차거나 체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공식적인 치료제가 승인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보호자들이 정보 부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겪었던 경험을 통해 다른 고양이들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FIP 치료의 과학적 이해와 실질적 접근법
FIP는 크게 습성형과 건성형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형태에 따라 증상과 치료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습성형은 복수나 흉수가 차는 특징이 있어 비교적 빠르게 진단이 가능하다. 반면 건성형은 내부 장기에 육아종이 생기는 형태라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루비는 습성형이었기에 비교적 빠르게 진단받을 수 있었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환경 관리였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방안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소독을 하며, 다른 고양이들과의 접촉을 제한했다. 또한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하여 체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약물 치료 외에도 보조요법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오메가3 지방산과 같은 항염증 보충제를 사용했고, 필요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여 염증을 조절했다. 하지만 이런 보조요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결국 항바이러스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연구에서는 GS-441524의 경구용 제형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사제보다 훨씬 편리하고 부작용도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일부 사례에서는 이미 경구용 제제가 사용되고 있으며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FIP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먼저는 약물의 가격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치료 비용이 매우 높아 모든 보호자가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예측하고 대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질병의 예방법 개발이다. 현재는 효과적인 백신이 없어 예방이 불가능하다.
루비는 이제 완치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다. 재발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사들과 연구자들이 FIP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고양이들이 치료를 통해 새 삶을 얻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이었다. 또한 과학적 발전이 얼마나 큰 희망을 줄 수 있는지도 직접 체험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구가 진행되고 더 나은 치료법이 개발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고양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호자들의 관심과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